구해줘
Date 2019-08-26
기욤 뮈소 / 밝은세상
프랑스 유명 작가 기욤 뮈소의 대표 장편 소설.
상처입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
쉬운 문장과 구성으로 쉽게 읽히며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진다. 내용이 스릴있고 긴박감 있어 흥미진진해 몰입감이 있다.
- 샘 갤러웨이 : 빈민가에서 자랐지만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열심히 하여 의사가 되었다. 힘든 어린시절 늘 함께했던 페데리카와 성인이 되어 당연하다시피 결혼을 하였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페데리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채 무기력하게 살다 운명적으로 줄리에트를 만나 삶의 희망을 다시 찾는다.
- 페데리카 : 샘과 함께 빈민가에서 자랐다. 마약중독인 엄마와 함께 살며 그런 엄마를 구하기 위해 더 많은 마약에 손을 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생활형편이 나아졌어도 마치 불행한 것이 자신의 운명인냥 다시 우울감과 불행한 마음을 쫓는다. 불행했던 어린시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임신한 채로 자살을 선택한다.
- 줄리에트 : 프랑스 파리 출신, 배우로 성공이라는 꿈을 갖고 뉴욕 맨헤튼에 왔지만 꿈을 실현시키지 못한다. 모든 일들이 안풀린다고 생각하며 불만스러운 삶을 살고 있으며 자존감도 곤두박질친 상태로 살고있다. 뉴욕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기 몇일 전 운명적이게 샘을 만나 첫눈에 반한다.
(줄리에트가 뉴욕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딸을 천방지축으로 보지 않고 개성이 강하고 용기있는 아이라고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 그레이스 : 뉴욕 경찰. 마약 사범 특수 임무를 하던 중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게된다.
- 루텔리 : 그레이스를 사랑하지만 용기가 없어 끝내 사랑고백을 전하지 못한 절망감으로 늘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
- 조디 : 그레이스의 딸. 어릴 적 엄마를 잃고 혼자서 빈민가에서 자라 결국 마약 중독자가 된다.
과거의 상처들은 생각보다 더 사람들을 옥죄는 것 같다. 어떻게 진정으로 과거의 상처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다들 각자만의 상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다.
상처를 상처로, 컴플렉스를 컴플렉스로 인정하고 아예 신경쓰지 않고 미래를 보며 살아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맘에 드는 구절
우리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엘버트 코헨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줄리에트는 따사로운 눈길로 바라보는 샘의 시선 속에서 자신이 종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멋진 여자이며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비록 한시적일지라도 줄리에트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불확실하고 두렵기만 한 미래의 일들을 깨끗이 잊고 있다는 것에 내심 놀랐다. 그녀의 자신감은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한순간에 무너지고 또 되살아나기도 했다. 보잘것없을뿐더러 실패를 거듭해온 그녀의 삶이 사랑의 마법으로 인해 감쪽같이 화려하게 채색되고 있었다.
단 몇 시간일지라도 짜릿한 행복의 광휘는 이따금씩 삶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환멸과 권태의 일상을 충분히 견디게 해준다.
각자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은 분명 현실감각을 잃어버렸을 때 흔히 뜻하지 않은 길을 택하게 된다.
일단 한 번이라도 손을 대고 나면, 마약 없이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건 끔찍하고 지긋지긋한 노예의 삶이다. 하지만 난 그 노예의 삶으로 매일, 매순간 되돌아가고 싶다. 행복하다! 행복해! 어제 저녁만큼 최고의 기분을 느낀 적은 없었다. 마약을 할 때마다 늘 최고의 기분을 느낀다. 매번 최고로 행복하다!
-어느 어린 마약중독자의 일기 <파란 풀> 중에서
여전히 키는 큰 편이었지만 조디는 자신이 아직 아기처럼 작을뿐더러 내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존재라 생각했다. 그건 아마도 조디의 내면에서 덧나버린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보는 겉모습과 각자가 생각하는 내면적인 모습은 다르다. 조디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디는 스스로를 아직 작은 아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부모 없이 혼자 사는 아이들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실망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자유의지와 설명할 수 없는 운명
무엇 때문에 우리는 삶에 집착할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행운을 바라는 걸까? 수없이 벌어지는 일들 속에서 우리의 자유의지는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까? 삶의 게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인간의 자유의지 덕택에 그나마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삶이 이미 정해져있다면, 바꿀 수 없다면 자유의지라는 단어조차 없지 않았을까? 의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운명 또는 우연이라 칭한다.
그 순간 줄리에트는 예뻐지려고 애쓰며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될지 생각했다. 사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바뀌어왔다. 이 시대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아름다움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많은 여자들은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꾼다. 사람들은 왜 겉모습이 아름다우면 마음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는 왜 모두가 젊고 날씬해지고 싶어 안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 어느 시기가 지나면 모두 부질없이 사라지고 말 가치인데도. 줄리에트는 이제부터 외모를 가꾸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자연 그대로를 더 소중하게 여기겠다고 다짐했다. 억지로 누군가를 닮으려하기보다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겠다고...
아마 가장 큰 힘은 사랑
"일주일 전만 해도 전혀 몰랐던 여자를 이리도 헌신적으로 돕고 있는 이유가 뭐죠?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죠?"
..(생략)..
"사랑."
인생에서 내가 배운 것, 그걸 몇 마디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네. 누군가가 날 사랑해주는 날, 그 날은 날씨가 아주 좋아! 나는 이보다 더 멋진 표현을 모른다네. 날씨가 정말 좋아!
-장 가뱅이 부른 노래 <난 이제 알아> 중에서
인간은 아무리 끔찍한 일을 겪어도 여전히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닫곤 해요.
페데리카는 점점 더 마음의 문을 닫았죠. 그녀는 과거의 상처를 벗어던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녀는 자신과 싸울 의욕을 완전히 상실해버린 거죠. 나로서는 도저히 짐작조차 못할 정도로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던 거죠.
저녁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베일처럼 그들을 부드럽게 휘감고 있었다. 침묵 속에서 그들은 둘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들은 파도에 흔들리면서 삶이 갑자기 환한 빛으로 가득 채워진 느낌이었고, 그 짧기만한 행운의 순간에 온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원한 것은 바로 과거와 마주볼 수 있는 용기였다.
그리고 그녀 혼자 도망가게 내버려두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항상 그들의 운명이 한데 묶여 있다고 확신해왔고, 구원을 받건 파멸을 당하건 함께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샘은 그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책망했다.
샘은 자기 자신을 책망하고 죄의식을 느낄 이유가 없는데 불행한 과거를 떨치지 못하고 항상 이 운명은 함께 묶여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이 구원자가 되어야한다고. 너무나 큰 책임을 졌던 것이다. 과거를 잊는 것, 책임감을 버리는 일도 필요하다.
두려움이 없는 존재는 없어, 샘. 그 점에 대해서는 날 믿어도 돼.
옳고 그름은 우리가 판단할 몫이 아니야. 우리는 단지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을 뿐이지.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고,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셨으니까.
책임을 지는 것도 자유의지. 판단은 바보 같은 것. 하느님은 책임 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능력만 주셨다. 이런 구절을 읽고 성경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인간의 교만함이나 자유의지가 미치는 범위와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마약 중독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그 음울하고 불안한 섬광
그에게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호의를 갖게 만드는 감동적인 면이 있었다. 그에게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게 만드는...
뱀파이어들은 운이 좋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피를 빨아 먹고 살면 되니까.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뜯어먹지 않으면 안 된다.
-아벨 페라라의 영화 <악질 경찰> 중에서
그는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 수렁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할 수만 있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병원 사람들은 그런 그를 비웃었지만 그에게는 그것만이 자신을 지탱해가는 힘이자 위안이었다.
옳고 그름은 우리가 판단할 몫이 아니야. 우리는 단지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질 수 있을 뿐이지.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고,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셨으니까.
책임을 지는 것도 자유의지. 판단은 바보 같은 것. 하느님은 책임 질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능력만 주셨다. 이런 구절을 읽고 성경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인간의 교만함이나 자유의지가 미치는 범위와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것 같아서
죽음 속에서 찾는 희망
"조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네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생각해놓도록 해. 알았지?"
"이 일이 끝나고 나면 그걸 나한테 말해줘. 조디, 그 동안 허비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약속해."
악, 판단은 오만한 것, 과거에 붙잡혀 사는 것
오직 악만이 선의 문을 열게 할 수 있다.
악에 대한 새로운 정의. 악이 있기 때문에 선도 있다는, 악이 없다면 선은 강조되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를 이 세상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보호하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우리를 이 세상의 다른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립 로스
그녀는 사랑의 함정과 환멸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리석게 샘을 철석같이 믿었던 자신을 수없이 원망했다. 사랑은 고통과 괴로움을 안겨줄 뿐이다. 사랑은 허상의 빛에 지나지 않으며,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마약일 뿐이다. 사람들은 항상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은 사랑에 대해 스스로 만들어낸 관념을 사랑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사랑에 대해 찬양하고 감사함을 느끼던 사람들도 사랑에 배신을 느끼면 이렇게 냉소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모든 관념들은 때에 따라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따라서 뭐가 맞다고 주장하는건 오만인 것 같다.
모든게 너무 잘 풀려나가서 오히려 불안해. 내가 정말 이런 행복을 만끽해도 되는 걸까?
비록 그 사람들이 사회의 암적 존재인 마약상일지라도 그들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 샘은 자신이 너무나 큰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결코 행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행복의 순간이 다가오려 할 때마다 피해 달아나려 했던 것이다.
샘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행복해도 된다고.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원하는 모든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더이상 과거에 얽매여 하고 싶은 것들을 제쳐두지 말고 용기있게 살라고.
처음으로 술을 끊는 일이 노력해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당신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사람이야. 당신은 지금이라도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 날 잊고 새 출발을 하란 말이야."
불쌍한 루텔리. 새로운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데 그레이스를 잃은 과거의 상처가 계속해서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그를 붙잡는지도 몰라. 그레이스를 다시 만나 과거의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고, 상처를 덮어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술도 끊고. 새 출발을 해 원하는 미래를 꿈꾸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왜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가치 있어 보이는 걸까?
인간은 자유의지에 따라 최고가 될 수도 있고, 최악이 될 수도 있어. 자유를 많이 가질수록 선택은 더 복잡해지는 게 사실이지. 하지만 인간은 그 자유에 대한 책임을 신에게 떠넘겨서는 안 돼.
나는 비교적 자유를 많이 가진 삶을 살았다. 그래서 하고싶은 것도 더 많고 복잡하게 살아왔는지도 몰라.
이 사람은 열심히 노력해 보란듯이 성공했어. 이 사람은 모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다 이겨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야. 앞길을 방해하는 어리석은 놈들의 말 따위는 듣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거야.
운명은 그에게 잠시 행복을 맛보게 하고는 그 갑절로 고통을 안겨주며 모든 걸 빼앗아가버렸다. 왜 그랬을까? 그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영원히 찾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완전히 탈진하고 패배한 그는 마침내 항복했다.
답은 없어..살고 싶은대로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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